
손아섭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7월 31일 손아섭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올 시즌 들어 벌써 네 번째 2군행이다. 한 차례 재정비 수준을 넘어 반복된 말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
손아섭은 올 시즌 161타석에서 타율 0.243에 그치고 있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았고, 기대했던 ‘손아섭다운 타격’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가장 큰 고민은 잠실구장 환경과 손아섭의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잠실은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구장으로 꼽힌다. 외야 수비 범위와 타구 판단 능력이 중요하고, 수비 약점을 가진 선수가 꾸준히 버티기 쉽지 않은 곳이다.
결국 선택지는 지명타자 자리다. 하지만 이 자리 역시 경쟁이 만만치 않다.
지명타자는 공격력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특히 넓은 구장에서는 장타 생산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손아섭은 올 시즌 홈런이 단 1개에 그치고 있다. 타격의 정확성으로 승부해온 선수지만, 가장 큰 무기였던 안타 생산 능력마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대타 역할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교체 출전 경기 타율은 0.083에 머물렀고, 득점권 타율 역시 0.244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산 입장에서도 마냥 베테랑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김민석, 김대한, 류승민 등 성장 가능성이 있는 외야 자원들이 있어 미래를 위한 경쟁도 중요하다.
만약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오게 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작은 구장이나 지명타자 활용도가 높은 팀에서는 경험과 정확성을 갖춘 타자에게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성적만 놓고 보면 적극적인 영입을 장담하기 어렵다.
잠실은 손아섭에게 가장 어려운 무대가 됐다. 넓은 외야는 수비 부담을 키웠고, 장타력을 요구하는 환경은 그의 타격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 여기에 가장 큰 강점이었던 꾸준함까지 흔들리고 있다.
네 번째 2군행은 단순한 엔트리 조정이 아니다. 손아섭이 다시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해야 하는 마지막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베테랑의 방망이가 다시 살아날지, 아니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선택을 맞이하게 될지는 남은 시즌 손아섭의 결과에 달렸다.
허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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